손에 닿을 듯 닿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미끄러져 나가는

검정머리앤셜리 2025. 4. 18. 13:10

손에 닿을 듯 닿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미끄러져 나가는 그 감각을 느껴본 건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실로 들어가셨을 때 처음으로 느껴본 감각이었습니다.
 
분명 엄마와 전날 추석이라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웃고 떠들었는 데
언제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소중함을 무심히 흘려보냈던 너무나 당연한 행복이었는데
몇 시간 만에 그 행복이 손에 닿을 듯 닿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빠져나가는 느낌.
엄마 손을 잡았는데 그 따뜻한 온기가 마지막 일 수 있다는 그 마음
그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다행히 엄마는 저의 곁에 다시 돌아오셨습니다.저는 다시 엄마의 손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종종 소중한 사람들을 그때의 그 감각으로 느낄 때가 있습니다.예전에는 상상이 되지 않았던 그 감각으로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당연하지 않다안아달라고 떼쓰는 고되고 순간 아이가 미워지는 그 순간이 사실은 너무나 소중함을 되뇌어봅니다.
 
요즘 폭삭속았수다를 보는데 6화 살민살아진다는 미처 보지 못할 것 같아 미뤄두다 오늘에서야 봤습니다.결론을 알고 보는데도애순의 안아 줄 걸 안아 줄 걸하는 말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힘빠지게 하는 일상들이
사실은 너무나 소중한 한 장면임을 생각하며오늘도 작은 것에 그리고 지친 일상에 힘을 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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