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소리, 욕 먹는 일을 받아 들이겠습니다.
1.저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듣는 게 정말 싫습니다.
싫은소리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당연히 다 싫어하지.
그래서 저는 그 잔소리나 싫은 소리를 안 듣기 위해서 중,고등학생때는 칼같이 귀밑3센치를 지켰고 (그러다보니, 늘 과하게 짧은 단발머리였죠) 엄청나게 하기 싫은일,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일, 내 생각과 맞지 않는 일도 스스로 나서서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잔소리하거나 싫은 소리하기 전에 하는 것이지요.
저는 그런 제가 잘하는 건지 알았습니다. 오늘도 욕 안먹고 싫은 소리도 안 들었네, 나는 좋은 사람이야 하면서 말이요
2.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내가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서, 내가 싫어 하는 일들을 스스로 하고 있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주에 시부모님께서 여행을 가시면서 저에게 신랑 퇴근하는 길에 하루만 집에 들러 물고기 밥을 좀 주라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어제가 물고기밥 주는 날인데, 저희 신랑은 가지 않습니다. (시부모님은 길건너 아파트 단지에 살고 계십니다.)
물고기 밥 줘야 하는 날인데, 왜 안가냐고 물으니, 이정도 안먹어도 안죽는다 합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희가 키워 본 물고기거든요. 정신없어서 며칠동안 밥을 안줘도 죽진 않더라고요. 물고기 건강이 안 좋아지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물고기야 미안하다...)
이 상황을 생각하다보니, 신랑은 자신이 할 필요가 없거나, 안 해도되는 일은 싫은소리, 욕을 듣더라도 안하고, 그리고 그런 소리를 들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근데 저는 그 반대입니다. 욕듣고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서 하기 싫은 일, 심지어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 조차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까지는 저렇게 행동하는 신랑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괜히 그냥 할 수 있는 일도 안해서 욕먹는다고.
물론 작고 사소한 일을 그냥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작고 사소한 일들을 듣기 싫은 소리 듣는다고 하면서 크고 중요한 일은 안 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손웅정님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으면서 어찌 저리하실까 대단하시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축구부감독님과 함께 중학교 축구부에 간다는 약속을 학교측에서 안 지켰다고, 중1짜리가 선생님들한테 호대게 혼나면서도 축구부에 들어가지 않고 결국 전학가는 것. 등등 인생 모든 과정에서 본인의 신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소한 것들에서도 철저하셨고, 그러기 위해서는 큰 이득도 버리셨습니다.
논어에서 한 사람을 희생해서 세상을 다 얻을 수 있다해도 그 한 사람을 희생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수 십년 작게, 크게 늘 나의 신념과 약속을 저버리며, 싫은 소리 안 듣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 비겁하고 얍삽한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하기 싫은 것,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작은 일도 안하겠습니다.
욕많이 먹고 싫은 소리를 들어도 제 마음을 속이지 않겠습니다.
신념대로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습니다.
하늘 아래 한점 부끄럽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