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집의

나의 청소 역사

검정머리앤셜리 2024. 6. 21. 15:25

예전에 어떤 책에서던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뭔가 잘되려고 할때는 마치 세상이 나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처럼, 책을 읽던, 친구를 만나던, 텔레비전을 보던, 내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알려주었다 라고요.

제가 뭔가 잘되려고 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저에게도 자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청소, 운동, 무의식 입니다. 

 

1. 청소의 필요성은 모르던 어리던 나

일단 오늘은 청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청소와 정리정돈, 단정한 집을 갖는 것은 저의 숙제 중 하나입니다.

저는 정리정돈을 정말 못하고, 사실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학창시절 저의 책상은 대부분 지저분하였는데. 저는 엄마가 대신 책상정리하는 걸 몹시 싫어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지저분함 속에 저의 원칙이 있었고, 저는 그 혼잡함 속에서도 제가 필요한 것들을 바로바로 찾아냈었거든요. 그리고 공부할 때도 저는 한과목의 여러가지 책들을 펼쳐놓고 (대학생때), 비교하며 공부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치우고 청소하라는 엄마의 말씀을 필요없는 걸로 치부하고 듣질 않았죠.

 

2. 청소와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알게 되다

 

그런데 청소와 정리정돈에 대한 필요성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고나니, 총명하던(?) 머리는 늘상 뭔가 고장난 것처럼 삐걱거렸고

여러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없던 삶에서 하루에도 너무 많은 걸 기억하고 챙겨야 하는 삶으로 바뀌어서 그런 것인지, 어딘가에 둔 물건의 위치를 도무지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관리해야 하는 물건의 양의 차이도 많이나고, 그 물건을 여러명이 사용하기도 하니 내 머릿 속 어딘가에 위치를 저장해놓고 마주잡이로 흩으려놓고 사는 삶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3. 눈청소의 시간들

하지만 청소와 정리정돈은 정말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하하하

결혼 후 처음 2,3년간은 직장생활과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하면서, 집안일은 우선순위의 가장 뒤에 있었습니다.

너무나 부끄럽지만, 쓰레기통 뒤편에서 파리의 애벌레들이 부화하기도 했습니다. 보이는 곳, 당장 먹은 그릇들의 설거지도 버거웠습니다.

양가어머니들의 도움으로 베란다나 화장실이 구사일생하기도 하고, 손님맞이로 대청소를 하기도 하며 겨우겨우 식중독과 전염병을 면하며 살았지만, 저희집은 친척들사이에서 이사 방금 온집 혹은 이사가기 전날의 집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지요.

 

그렇게 2,3년이 지나고 저의 집안일 탐구는 조금 길게 회사를 쉬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한 1,2년(하하하 길기도 하여라) 유튜브랑 블로그를 보며 눈으로만 청소를 했습니다. ㅠㅠ

이제는 단순하고 깨끗한 집이 좋다는 것에는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부지런하지는 못하니, 짐이 많고 화려한 집은 어차피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니 미니멀리즘이다 라며 저의 집안일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1~2년간 유튜브와 블로그를 보며 눈청소만 한 것 입니다.

 

4. 청소는 중요하다

눈청소를 하던 시기에는 청소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청소와 정리정돈은 우선순위에서 항상 거의 제일 뒤에 있었습니다. 필요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아이들 돌보고, 먹이고, 입히고, 놀러가고 그리고 시간이 남는다면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는데, 그 마지막 순서는 늘 휘익 대충하고 지나가버리기 일 수 였습니다.

 

요 근래, 모든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손웅정 저)/청소력(마쓰다 미쓰히로 저)를 읽으면서, 청소가 바로 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100%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의도하에 80%로만 하는 것, 나는 손끝이 야무지지가 않아라며 허접한 일처리를 합리화 하던 것, 스스로 어떤 일이든 만족스러울 정도로 일하지 않는 것, 그런 행동은 늘 너저분한 저의 집상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저라는 사람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이런 행동의 이유가 어찌됐던, 그것은 제가 뭔가를 하고자할때 저의 발목을 잡는 일이고, 저는 그런 저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야무지게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반복되고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또 내가 어쩔수 없이 매일 하는 일 바로 청소로 저를 시험해보기로 했습니다.

 

5. 하루의 한 곳 청소법

인터넷, 책 등등 청소루틴, 청소방법 세상에는 청소와 관련된 많은 정보들이 그야말로 넘쳐납니다.

뭐 동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어도 단어뜻을 모르거나 이해가 안되는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나에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해야할일이 너무너무 많아서 머리 속에 들어오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구역을 정했습니다.

화장실, 베란다, 현관, 거실, 주방, 방 그리고 그 옆에 그 곳에서 필요한 청소들을 쭉 적었습니다.

그리고 싱크대 상부장에 떡하니 붙였습니다. 

매일 노려봅니다. 하루에 한가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저처럼 청소와 청결에 대한 예민함이 없는 사람은, 조금 지저분한 것은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청소고수들의 루틴대로 하는 것은 이미 깨끗한데 왜 해야해요? 라는 생각과 함께 아에 청소를 안하게 만들어서, 그냥 하루에 한 곳만 청소해보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한 곳만 청소하니까, 다른 곳을 청소할 때가 되면 제법 청소할꺼리들이 보입니다.

물론, 기본적인 먼지, 설거지, 화장실 하수구 같은 건 안 할 수가 없어서 눈에 보일 때 거의 하루에 1번 이상은 하게 됩니다.

너무 하기 싫은 날은 가장 만만한 곳을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합니다. 제대로 하는 것이 저와의 약속입니다.

 

앞으로도 청소력이 상승하는 저의 기록을 올리도록 청소!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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