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가 뇌출혈이라니(23년 10월 3일)

검정머리앤셜리 2024. 5. 30. 11:38

 2023년 10월 3일이었습니다.

추석과 개천절이 이어지던 연휴 마지막날 저녁9시쯤 아빠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재우려던 중이었어요.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엄마보험 가입한게 어떤게 있지? 라고 물으셨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아니 별 것 아니라고 얼버무리셨죠.

저는 아이들을 재워야하니 더 이상 묻지 않고 아이들을 서둘러 재우러 갔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재워놓고 다시 아빠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한밤중에(어린 아이 키우는 집이라 9시가 한밤중이었거든요) 추석에 뵙고 며칠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전화를 해서 엄마보험에 대해 묻는 것이 너무나 이상한 일이니까요.

그제서야 아빠께서는 엄마가 머리가 아프다하여 병원에 왔다. 하지만 그냥 단순한 두통인 것 같으니 걱정마라. 검사비용이 제법 되서 보험에 대해 물어본 거라 하셨어요. 

이미 잠은 저멀리로 달아났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엄마가 이렇게 되실지 몰랐습니다.

10시쯤 아빠께서 다시 전화를 하셨습니다. 엄마가 위독한 것 같다. 병원으로 와야겠다. 

그때 정말 심장이 뚝 떨어진다는 말이 실제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침착해야한다. 이럴 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평소에 엄마가 해주시던 말씀. 호랑이 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그런 말들을 되뇌이며, 엄마 우리엄마는 괜찮을 거야. 우리엄마를 살려주세요 외치며 택시에 올랐습니다.

연휴 마지막날 큰 종합병원은 모두 꽉 차 있었고, 엄마가 긴급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뇌출혈전문병원 뿐이었습니다.

엄마께서는 기력이 하나도 없이 응급실 침대에 누워계셨고, 그래도 저희를 알아보시고 다리가 춥다 의사선생님이 뭐라하더냐 하며 물으셨고, 당연히 저희에게 추석명절음식을 해주시던 엄마와는 천지차이였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걸어서 입원하셨을만큼 큰 이상이 없는 상태셨습니다.

뇌출혈전문병원의 응급실엔 엄마 외엔 한,두명의 환자들이 왔다갔고 응급실의 의사는 엄마는 이미 mri를 찍은 상태인데 머리에 피가 고여 있고 뇌출혈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지금 다른 수술중이기 때문에 수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는 각종 의학용어들과 까막 사진을 보고 이어지는 설명들이 있었습니다. 

정신을 부여잡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지만, 무서운 이야기들만 뇌리에 박히고 머리 속으로 들어왔던 설명들은 빠른 속도로 다시 머리 속을 빠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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