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완연한 가을입니다. 하루하루 변하는 낙엽의 색깔들이 정말 자연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어찌 저리 신비로운 색일까 싶은 날들입니다.
불타는 여름에서 가을안으로 잔뜩 들어온 지금은 저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올 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저의 마음도 날씨처럼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에 부릉부릉 시동을 걸더니, 여름에는 뭔가 저를 계발하고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정말 뭔가를 해낼 듯이 (그것이 주로 부자가 되고 흔히 말하는 성공을 하는 것에 집중되었습니다.) 불타올랐습니다.
그러다 과학책들을 읽고 10월, 11월 신영복선생님 책과 심플하게 산다(도미니크 로로지음)을 읽으면서 가을날씨처럼 차분하게 가라앉는 과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올해를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눈다면, 상반기동안은 안으로 안으로 잔뜩 부풀어 올라 뜨겁기까지했던 것 같습니다.
나, 나, 나만 외치며 나의 성장, 내가 부자되는 것(그길이 아니야 아니야 하면서도 유튜브를 보던, 책을 읽던, 부자되는 방법을 애타게 찾고 있더라고요), 나와 우리가족 하루종일 계속 나, 나, 나만 외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많은 성공기에서도 나를 외치다가 결국 성취를 이루면 허망함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던데,
저는 성취하기도 전에 허망함도 오고, 사실 그 성취들이 가슴이 뛰지도 않았습니다.
더 크게 바라고 더 크게 외쳐라 하지만, 저는 지금이 불만족스럽다면 더 아래를 보고 지금에서 만족을 찾아라고 배운 것이 잘 사라지지 않고 크게 외치고 크게 원하는 것이 도리어 불편합니다.(분명 자기계발책에는 그게 잘못된 학습으로 그렇게 된것입니다. 더 부자가 될 수 있어요. 우리도 100억자산가가 됩니다. 하겠지만요)
생각해보니, 저는 워낙 바라는 바가 큰 그릇이 아닌 것 같고 또한 이 그릇에 만족하는 사람인듯합니다.
요즘 제가 많이 접했던 유튜브의 책들의 더 많이 더 많이를 외치는 모습은 지금 자연과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의 희생을 감수하며 더 많이를 외치며 살아온 우리 인류의 모습과도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10억이 목표였는데, 10억을 모으니 부족하다. 과장이 목표였는데 과장이 되니 부장이 되고 싶다. 이 가방을 사니 저 가방이 예뻐보인다. 물질적인 것은 가질 수록 더 가지고 싶은 소금물을 마시는 격이라는데,
제가 가질 수 없어서 마치 저 포도를 셔~ 하는 것이 아닌, 정말 그럴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고삐풀린 말이라서 그 끝을 알더라도 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모르지만, 다들 달린다고 저까지 달려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국은 내면의 나, 쇼펜하우어할아버지가 말하는 인간을 이루는 것, 인격, 건강, 힘, 아름다움, 기질, 도덕성, 예지 같은 누군가가 앗아갈 수 없고, 내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그것에 집중하고 신영복선생님이 말하는 비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닌 함께 비를 맞는 일, 그 사람과 같은 위치가 되어보는 일 그것은 아직 도저히 모르겠어서 그걸 고민해보며 살려고 합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은 1달전에 얼마간 보다가 50페이지도 못 읽고 덮어 둔 것인데,
자꾸자꾸 생각이나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두꺼운 책이고 두꺼운데 책 속에 글마저 무척 빽빽합니다.
그런데 너무 웃깁니다. ㅎㅎㅎㅎㅎㅎ 제가 철학자의 책을 거의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뭔가 철학자라고 하면 뭐 참고 견디고 용서하고 아니면 엄청나게 이해되지 않는 용어로 설명을 하고 그런 것이리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개그맨 박명수씨가 한 명언들 같은 느낌으로 자꾸 혼자 낄낄거리게 됩니다.
우리가 바라는 명성이나 사람들에게서 얻는 긍정적인 평가들은 그 평가를 하는 자들이 바보기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아봤자 의미없는 것이고 행복하게 산다라는 기쁨이나 향락은 망상으로 덜 불행하게 그럭저럭 견디며 산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차피 나는 큰 부자도 명망있는 학자도 그런건 되기 글렀으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게 의미없다고 이야기해주니까 마음이 편안했던 것인지,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하루하루 견디며 별일없이 사는 것이지, 인스타그램에서처럼 매일 화려한 것이 아닌데, 원래 그게 제일 좋은 것이다 라고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좋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쇼펜하우어할아버지의 책이 요즘 인기가 많다던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습니다.
아직 122페이지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책을 더 읽어보겠습니다.
오늘도 별일없는 하루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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